20180330 모임에서 나눴던 이야기. 전반부에는 각자의 소개와 최근 관심사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눔. 후반부에는 서울시에 제안할 것을 비롯, 독립러에게 필요한 것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논의했음.
이 글은 후반부에 대한 기록을 작성하였음. 모임 참석하신 분은 그날의 기록을 수정 보완해 주시길, 참석하지 않으신 분이 하고싶은 말씀은 이 글에 댓글로 의견 달아주시길 바라요. :)
- 참여자: 이봄, 노율, 아그래요, 갱, 씽, 덕윤, 이은경, 임여주, 시도, 하진, 아콩, 우군
1. 독립러(프리랜서)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한 부분
# 직장인이 아니라서 받는 불이익
- 프리랜서 워킹맘의 보육 고충: 엄마가 '직장인'임을 직장 보험으로 증명받는 현재 시스템 때문에, 직장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프리랜서 어머니들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종일반으로 맡기지 못하고 있다. 프리랜서 어머니들도 아이를 직장맘과 같이 맡길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 전세자금 대출도 받기 어려워: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직장보험 가입자가 아니기 때문에 신용 대출을 받지 못했다.
- 연말정산과 세제혜택에서 직장인처럼 혜택받지 못하는 부분 많다. 예를 들어 교육비 공제 같은 부분이다.
# 서울시부터 잘 해라
- 서울시 원고료 기준이 너무 적다. A4 1장에 1만5천원인 듯. 단가가 너무 적다. 조선일보는 200자 원고지 한 장에 13천원 정도이다.
- 시나 용역할 때 저가 수주 좀 하지 마라. 자문 해 주는 시간도 다 돈인데, 자문비도 줘라.
- 서울시 홈페이지 너무 많이 만들고, 너무 저가다. 택도 없는 가격에 쥐어짜서 한다.
- 디자인, 연구, 개발 등 용역을 줄 때 최저 단가에 대한 가이드가 있으면 좋겠다.
- 시에서 계약을 줄 때 프리랜서들이 맘껏 들어갈 수 있게 짜 주면 좋겠다. 하도급으로 넘겨 넘겨 안 주고. 예를 들어 서울시는 계약할 때 업체에 여성 CEO가 있을 때 수의 계약 4천만원까지 주고, 담당 공무원 인사고과에 가점을 준다. 그런 것처럼 프리랜서에게 사업 줄 때 어느 선의 혜택을 고려해 주는 게 좋겠다. 지금은 용역 수주를 하기 위한 문턱이 터무니없이 높아서 프리랜서들이 도저히 들어갈 수 없다.
- 정부에서 발주하는 사업이면 직접 컨택을 해서 연구할 적합한 사람을 찾는 게 좋겠다. 하청에 하청을 주는 식이 아니라. (어차피 일은 말단에서 프리랜서가 하게 되는데 중간에 업체들에게 떼어 주지 않았으면 한다.)
# 최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수기도 버틸 수 있는 기본소득이 있으면
- 디자이너나 연구자들은 사업이 없는 1~3월이 비수기다. 정말 일감이 없어서 잔고가 0이 된다.
- 기본소득 실험을 한다면 우리가 그 대상이 되어주마. 프랑스는 문화예술 활동가에게 월 50만원 준다. 평생 업으로 삼도록 최소한의 지원을 준다고 한다.
- 서울시에서 작년에 실험적으로 청년 예술단을 만들어서 한 명한테 영수증 없이 70만원 줬다. 한 명당 70만원 주고 창작 지원금 줬다. 그런데 활동을 증빙하는 시스템이 정말 정말 말도 안되게 복잡했다. 80회 이상의 근거자료 제출 해야 하고, 회의 할 때마다 회의사진 내야 하고 정산이 너무 어렵다.
- 수당을 준다면서 시의 입맛에 필요한 사람들을 '선발'하지 마라. 예술가들, 활동가들 지원한다고 하는 상당수의 수당이나 공모사업은 관의 입맛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꾼'들이 몰린다.
2. 불안을 어떻게 함께 견뎌낼까?
-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불안을 견뎌낼 힘. 1월~3월 비수기동안 일감이 너무 없는데 어떻게 버텨야 할 지 몰라서, 진지하게 물어보려고 업계에 먼저 진입한 사람에게 물어봤다. 그들이 해 준 현실적이고 진지한 조언이 힘이 됐다.
- 비수기 동안 독립러가 하고 싶은 고유의 창작 작업을 하면 되는데, 불안하니까 그것도 안 된다. 독립러가 비수기동안 창작할 수 있도록 텀블벅처럼 창작 프로젝트를 지원해 주는 플랫폼이 있으면 어떨까? 그런 플랫폼이 있다면 받아서 하는 일만 하는 관성에서 벗어나서 자기 상품을 마케팅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어서 독립러의 발전에 좋을 것 같다.(하지만 이미 그런 플랫폼은 있다.)
- 결국, 협동조합인가? 최근 독립연구자 협동조합이 준비중이다. 그걸 제안한 사람들은 토닥협동조합처럼 협동조합을 통해 얻은 좋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협동조합을 제안하더라. (잘 된 협동조합들도 있지만 잘 안 되는 협동조합도 많이 보여서 협동조합이 꼭 답이라고 하기가 망설여진다.)
- 비슷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물어볼 수 있는 닫힌 네트워크라도 있었으면 할 때가 있다. '이 연구용역 단가는 이 정도가 적당한지'를 마음 놓고 물어볼 수 있는. 비공개로 하고 새로운 사람은 초대로만 늘리는 비공개 네트워크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닫힌 네트워크 안에서 정보와 자원이 오가고 서로 일감도 나눠주는 경우를 보았다. 장점도 있어 보이지만, 너무 자기들끼리만 나눠먹는 것이 이 바닥과 스스로에게 좋을까란 우려도 든다.)
3. (프리랜서와 다른) 독립러는 어떤 사람들일까?
- 우리가 기존 조직에서 싫어했던 것을 우리가 반복하지 않고,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만들어 주려는 사람들이 독립러인 것 같다.
- 우리가 비판하는 기성세대와 기존 시스템의 성장 모델은 '권력을 가진 사람의 인정을 받아서 올라가는 방식'이었다. 짬짜미 같은 것, 실력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아는 사람이나 같이 활동한 사람들을 끌어올려주는 방식이었는데, 그런 관행으로부터 탈출한 사람들이 독립러인 것 같다.
- 기존과는 방식을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이 독립러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자원을 배분할 때 권력을 가진 누군가가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기존의 공모사업 방식이라면, 텀블벅은 개개인의 지지를 받은 사람들로부터 자원을 받아서 일하는 방식이다. 그런 식으로 우리가, 권력에 기대지 않고 서로가 평등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실제 기여하는 만큼 보상받는 체계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있는 것 같다.
- 기여 안 하는 사람들은 보상받지 못하나? 예를 들어 신규 진입한 독립러처럼. 신규 진입한 독립러를 위한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할 건가 고민하는 게 독립러의 특징인 것 같다. 우리가 싫었던 것 안 하고,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만들어 주고. 신입자들이 여기 와서 헤매지 않고. 회계 정산부터 시작해서 간단한 것 제공해 줄 수 있고. 그런 방식이 협동조합이 되면 좋겠다.
- 관에서 그런 생태계를 만드는 걸 도와줬으면 좋겠다. 기존처럼 '꾼'들이 모이는 방식을 유도하지 않고,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가면서 제안자나 사업이 선정되어서 일을 하게. 그런 걸 시에서 고민하고 확산시켜 주면 좋겠다.
- 단순히 일을 받아서 생계를 연명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활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는 사람이 독립러인 것 같다.
- 독립러가 누구인지 처음부터 정의내리기가 어려운 것 같다. 독립러 인터뷰를 하면서 그 개념을 귀납적으로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4. 다음 step
- 프리랜서 종합소득세 신고가 있는 5월 초에 만나자.
- 세무사를 모시고(서울시에 요청하자)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소득신고에 대해서도 좀 배우자.
- 5월 초 모임은 송과 우가 준비하고(갱이 돕기로 함), 다음에는 돌아가면서 개최해보자.
씽
오오 우군님 정리의 신이시군요...!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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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래요
선뜻 제가 돕겠다거 말 못해서 미안했어요. 정리왕 하나 드리고 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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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우군
@아그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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