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 제주 제2공항이 강행된다면 4.3이 재현될 거 같다는 얘기를 했다. 국가공권력 개입으로 망가지는 마을이 ‘개발’ 이라는 더 포장된 모습으로 흉물스럽게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하는 주민 마음은 어떨까? 새까맣게 타버려 송두리째 삶의 터전을 잃은 4.3 때 마을과 지금 제2공항으로 선정돼 없어질 마을 사이엔 무슨 차이가 있을까?
흔히 말하는 87년 ‘민주항쟁’ 이후 노태우를 거쳐 3당 합당으로 대통령이 된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고 폭력장치로서의 국가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게 됐다고 한다 (아마도 민주주의를 몸으로 지켜낸 김영삼 개인의 정치적 자산? 이미지 때문일까?) 즉, 국가의 폭력적인 민낯이 ‘개발’ 이란 가면으로 ‘편리함’ ‘문화’ 라는 가면으로 해당 지역과 주민의 지엽적인 문제뒤로 완벽하게 숨겨졌다.
제주에 있는 강정마을을 들여다보자. 해양생태계를 망치고 마을주민을 분열시키면서까지 내세운 이름은 ‘민.관 복합미항’ 이었다. 이름을 들어보고 내 입으로 말해보라. 무언가를 정의할 수 없는 모호함과 소속감을 중의적으로 표현하고 뭐든 다 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세팅함으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를 하고 싶은 돈을 내는 (예산집행) 국가의 뭔지모를 껄적지근함이 느껴지고 보이지 않는가?
어느덧 10년이 된 제주도 강정마을 투쟁을 깊이 들여다본 한 선생님은 마을 주민들은 강정의 미래를 상상하는 두가지 시선이 있었다고 했다. 하나는 ‘민.관 복합미항’ 이 마을에 들어와 개발되고 관광으로 활성화 되는 시선 그리고 또 하나는 살던대로 살고싶은 시끄러운게 싫은 지금 모습 그대로의 강정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표면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두 가지 시선 뒤에 숨겨진 의도를 본다는 건 실상 쉽지 않다. 왜냐하면 예산집행 주체가 개발이 진행되고 나서야 본연의 의도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많은 부분 나라에서 하는 일에 대한 무비판적 신뢰에 기반한 ‘기우’ ‘음모론’ ‘설마’ 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강정 ‘민.관 복합미항’ 은 군복을 입은 해군이 주둔하게 됐고 얼마전 미국 핵잠수함이 들어왔다.
다시 제2공항을 생각해보자. 1992년 당시에는 저가항공도 없고 공항확충에 대한 니즈(needs) 가 없었음에도 새로운 공항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기 시작했다. 저가항공 시장이 열리고 신혼여행지나 국내외국처럼 다소 특별한 여행지로 생각됐던 제주의 빗장이 순식간에 풀리면서 일일경제권으로까지 확장. 제주로 유입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25년이 흘러 중국인 관광객의 저가관광, 면세점 관광이 횡행하고 경북 성주에 배치된다는 사드소식에 몰려오던 중국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긴다.
사드로 인해 냉랭하던 한.중 관계가 문재인 정권의 외교력으로 다시 온기의 흐름을 보이고 제주도는 다시 중국인 관광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2년전 일방통행으로 성산읍을 공항대체부지로 선정한 국토부와 제주도정은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며 4천만 관광객 시대를 예고한다. 제1공항 확충안, 기존 정석비행장 교섭안 등 자연과 생태가 살아있는 제주다움을 지키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는 없는건지 무엇에 쫓기고 있는건지 충분한 제주도민 공론화 없이 알 수 없는 국면으로 빨려가고 있다.
해군기지와 공군기지는 수미쌍관처럼 붙어있어야 한다는데 성산읍 마을 주민들이 상상하는 두가지 시선. 공항이 들어와 땅값이 올라가고 관광객이 유입되는 시선과 공항없이 살던대로 살고싶은 시선. 표면적인 상상 뒤에 숨겨진 의도를 본다는 건 아직 요원한 일일까?
제2공항에는 활주로를 두 개 만들것이란 얘기도 ‘기우’ ‘음모론’ ‘설마’ 가 되는걸까?
『국가폭력의 희생자들은 ‘민주주의’ 에 의해 억압되고, 그 틀에 갇혀 ‘민주주의’ 를 찬양 보강하는 장치로 쓰이고 있다. 민주화 이후 국가폭력은 민주주의의 겉옷으로 그 야만적인 원래 모습을 감춘 체, 본체를 때때로 열어보일 뿐 평소에는 알몸을 드러내지 않고, 절차적 민주주의의 규율을 강요하고 터무니없는 경제적인 제재를 가하면서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
- 동아시아의 우흐가지 - 동아시아를 생각한다’ 中 -